인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라고 불릴 정도로 다채로운 풍경과 문화를 품은 나라입니다. 이곳에서는 종교, 언어, 음식, 의복 하나까지도 지역마다 완전히 다른 특색을 보입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과 빠르게 현대화되는 사회가 공존하는 인도는 여행자에게 감동과 충격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그중에서도 델리, 아그라, 바라나시는 인도 여행의 정수라 할 수 있으며, 이 세 도시를 따라가다 보면 인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영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각 도시의 대표적인 관광지와 날씨, 그리고 꼭 맛봐야 할 현지 음식을 중심으로 인도의 매력을 깊이 있게 소개하겠습니다.
델리-과거와 현재가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 도시
델리에 처음 발을 딛는 순간, 공기부터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매연과 향신료, 사원의 향, 길거리 음식 냄새가 뒤섞인 공기는 낯설지만 묘하게 중독성이 있습니다. 올드 델리의 거리를 걷다 보면 라알 킬라(붉은 요새)의 붉은 벽돌이 시선을 압도하고, 자마 마스지드는 그 크기와 분위기로 여행자를 압도합니다. 찬드니 초크 시장은 진짜 인도를 경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무대입니다. 리퀴드 향신료부터 빽빽한 인파, 오토릭샤의 경적까지—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혼돈 그 자체입니다.
반면 뉴 델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라우트 마르그를 따라 늘어선 대사관들과 잘 정비된 도로, 인도문(India Gate)과 대통령궁은 영국 식민 시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로터스 사원의 정교한 건축과 아크샤르담 사원의 신비로운 분위기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날씨는 11월부터 3월까지가 가장 쾌적한 날씨로 평균 기온이 15~25도 사이로 관광하기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반면 5월부터 6월은 기온이 40도를 넘어 무더운날씨로 여행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7~9월은 우기로 인해 습도가 상당히 높은편이라 이시기는 가급적 피하시는것이 좋습니다.
음식도 델리를 즐기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오드니를 두른 현지 여성들 사이에서 한 손에 사모사를 들고 라씨를 마시는 풍경은 일상입니다. ‘카림스’에서는 진짜 무굴 스타일의 버터 치킨을 맛볼 수 있고, 길거리의 파니 푸리, 파락 파니르(시금치 커리), 짜릿한 짜트는 미각의 모험입니다.
아그라-사랑이 돌이 되어 남은 도시
아그라를 향하는 기차 안에서 많은 여행자들은 기대 반, 의심 반의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타지마할의 흰 대리석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걱정은 사라집니다. 샤 자한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만든 이 건축물은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새벽의 안개 속에 떠오른 타지마할은 환상적이며, 대리석에 비친 빛과 그림자는 시간에 따라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아그라 포트에서는 무굴 제국의 웅장함을, 파테푸르 시크리에서는 당시의 도시 설계와 종교적 통합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슬람과 힌두교, 기독교, 자이나교의 사상을 아우르려 했던 아크바르 대제의 이상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줍니다.
아그라의 날씨는 델리와 매우 유사합니다. 특히 11월~2월은 여행하기에 이상적인 계절이며, 이때 타지마할을 찾는 방문객도 가장 많습니다. 여름은 고온다습하여 불쾌한 날씨로 관광하기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그라에서는 무굴 스타일의 탄두리 치킨과 커리, 비르야니가 유명합니다. 현지 디저트인 페다와 바타사는 기념품으로도 인기가 좋습니다. ‘피인카리 레스토랑’이나 ‘에스파한’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품격 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현지 시장에선 10루피도 안 되는 가격에 군것질을 할 수 있습니다.
바라나시-영혼이 맑아지는 곳
인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바라나시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수천 년간 이어져온 삶과 죽음의 현장입니다. 갠지스강 가에는 수십 개의 가트가 늘어서 있으며, 그중에서도 다샤스와메드 가트는 바라나시의 심장과도 같은 곳입니다. 아침에는 사람들의 기도 소리와 강물에 떠오르는 태양이 어우러져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저녁에는 아르티(불의 의식)가 열려 여행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보트 위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바라나시 여행의 백미입니다. 붉은 햇살이 갠지스강을 감싸며, 흰 옷을 입은 순례자들이 목욕을 하는 장면은 세속적인 일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감정과 마주하게 합니다. 화장 의식을 마친 유골이 강물로 흘러가는 장면을 보며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어 경건하고 신성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날씨는 11월~2월이 가장 적합하며, 3월 이후부터는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서 여행이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6~9월은 몬순 시즌으로 우산을 꼭 지참하셔야 합니다.
바라나시의 음식은 순식(채식)이 대부분이며, 달과 사브지, 로티, 타르카리(야채볶음), 달고나처럼 달콤한 디저트가 주를 이룹니다. ‘블루 라시’에서는 다양한 과일과 견과류가 들어간 라씨를 맛볼 수 있고, ‘카시 차트 반다르’는 거리 음식의 천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라나시의 음식은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진심이 담긴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인도는 수많은 얼굴을 가진 나라입니다. 델리에서 느낀 혼돈과 문명, 아그라에서 감동한 사랑과 예술, 바라나시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이 모든 경험이 여행자의 마음에 깊은 흔적으로 남습니다. 단순히 관광지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인도의 심장에 직접 발을 들이는 것이 바로 이 세 도시를 여행하는 이유입니다. 당신도 언젠가 인도의 어느 가트에서 아르티의 불빛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